정상우 개인전

2024. 3. 15. - 4. 12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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작가노트

항시 하나의 질문이 나를 거대한 진공팩처럼 옥죄어오는데, 그 질문이란 ‘나는 누구인가?’이 다. 이는 자기 의심으로부터 비롯된다.

나는 타인과 대체 불가능한 고유성을 지니는지, 내 삶이 어떤 의의를 지니는지와 같은 여러 의심은 나를, 내 삶의 이방인으로 내몬다.

누구인지도 모르는 자의 삶을 강제당하는 듯한 불안에 떨곤 하는 것이다. 나의 작업은 이방 인이 자기 정체성을 찾아나서는 여정과 닮았다.

작업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끊임없이 무언가를 갈구하거나, 무언가로부터 도망치거나, 몸에 알 수 없는 흔적을 지닌 채 등장한다.

이들은 합판 위 목탄을 통해 그 크기와 형태가 과장되고 왜곡된 채 드러나기도, 낱장 프레임 을 이어 만든 2D 애니메이션을 통해 경박한 움직임을 띄기도 한다. 이들은 나름의 방식으로 세계를 살아가는 환영들이다. 가령, 2D 애니메이션 작업 [희망가]에 등장하는 개는 불안에 지쳐 늘어지거나, 방황을 멈추는 대신 꾸준히 어딘가로 나아간다. 이는 자신이 누구인지 알 아내고자 욕망하는 나를 대변한다.

마찬가지로 여러 드로잉이 그려진 몸을 보이는 입체 작업 [십팔세에 집을나서 먼 길을 떠나 다]는, 이방인으로써의 방황과 그로 인해 얻은 상처와 여러 흔적이 자기 정체를 밝혀내리라 는 믿음을 비유한다.

자기 존재에 확신을 갖지 못하는 내가,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역꾸역 살아가는 모습의 환영을 내세우는 행위가 곧 나의 작업이다.

이상하게 작업이 쌓여갈수록 점점 내가 환영과 닮아간다. 나의 고유한 주체성이라는 것이 거 대하고 숭고한 무언가가 아니라, 스스로에 대한 의문으로 바들바들 떨면서도 이를 붙잡고 꾸 준히 나아가는 모습처럼 느껴진다.

전시작

십팔세에 집을 나서 먼 길을 떠나다, 2024, 합판에 목탄, 페인트, 2200×1200×800 (mm)

집을 불태우다, 2024, 합판에 젯소, 목탄, 1000×700 (mm)

불, 2024, 합판에 페인트, 730×500 (mm)

먼 길, 2024, mdf 합판에 흑연, 600×2400 (mm)

뼈줍기, 2024, 판넬에 페인트, 530×330 (mm)

뼈를 닮은 몸, 2024, 합판에 페인트, 2200×1220 (mm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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